네니아 ‘유기농 딸기잼’ 생산자 인터뷰
- 생태생명농장 권두보 대표
아침 이슬이 딸기꽃에 맺힌 모습은 진주보다 눈부시고 맑다.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탄성을 질렀다. “어머나 딸기꽃이 너~무 예뻐요. 와~, 딸기가 튼실하게도 달렸습니다”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딸기잎이 어찌나 싱싱하고 도톰하게 자라던지 ‘싱그럽다’라는 표현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딸기보다 더 환하고 밝은 얼굴로 반겨주는 이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생태생명농장의 권두보 대표다.
▲ 생태생명농장 권두보 대표 (사진=네니아)
권두보 대표는 2002년에 합천으로 귀농했다. 부산 살다가 농사지을 생각 없이 시골에서 살려고 했었다. 살아보니 농사를 배워야겠고, 기왕이면 남들이랑 같은 일을 배워야 할 것 같았다. 그 동네에 마침 젊은 사람들 일곱 가구가 딸기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들을 따라 딸기 농사를 지으면서 배웠다. 처음에는 비닐하우스 두 동으로 시작했다.
권 대표가 키우는 딸기의 튼실함과 생기 있는 모습의 비결은 바로 ‘제철 농사법’에 있다. 남들은 11월 말부터 딸기를 수확하지만, 권 대표는 2월 말부터 수확한다. 그만큼 천천히 키웠다는 말이다. 이것은 권 대표가 지키는 원칙 중 하나다. 이런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부산에 살면서 했던 먹거리 운동도 한몫했다.
겨울잠 재우고 천천히 꽃 피운다
별도의 난방 없는 비닐하우스
권 대표는 다른 딸기 농가보다 한 달 늦게 모종을 심는다. 일반적으로 8월 말에 심어서 11월부터 딸기를 수확하는데, 생태생명농장은 10월 초에 심고, 11월에 추워도 하우스를 열어두고 딸기가 겨울잠에 들게 한다. 딸기 모종이 12월 10일경부터 서서히 휴면에서 깨어나 생육을 시작하고, 1월 말쯤 꽃을 피운다. 날이 추워도 비닐하우스 안에 별도의 난방은 하지 않는다. 딸기 열매는 빠른 건 2월 말, 늦은 건 3월 말쯤에 수확을 시작, 5월이면 수확이 끝난다.
▲ “이 정도 익은 딸기는 지금 따는 것이 맞나요?”, 직원들의 물음에 권 대표가 하루 더 있다가 따라며 설명하는 장면 (사진=네니아)
단 3개월밖에 수확하지 못하는 귀한 딸기, 생명생태농장이 재배하는 딸기 품종은 ‘육보’ 딸기다. 과육이 단단하고 진한 붉은 색을 띠며 식감이 좋고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 설향 딸기는 2005년 국산화에 성공. 그 이전까지 우리나라 딸기는 육보 딸기와 장희(아키히메) 딸기가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었다. 두 종 모두 일본에서 건너온 딸기다. 육보는 설향 딸기의 품위가 낮아지는 3월에 첫 수확을 시작한다. 권 대표가 생산하는 육보 딸기는 다른 딸기보다 약간 검붉은 색을 띤다. 권 대표는 “딸기색이 밝은 붉은 빛을 띠느냐, 약간 검붉은 빛을 띠느냐 하는 것은 조직의 치밀함으로 인한 것으로써 재배방식의 차이지, 품종의 차이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유기물이 살아 있는 농장
살충제 없이 천적으로 해충 물리친다
진딧물은 정말 골치 아픈 녀석이다. 친환경 약재를 써서라도 퇴치하지 않으면 농사를 망치기 쉽다. 생태생명농장은 해충을 없애기 위해 천적을 풀어놓고, 균이 생기면 유황 훈증을 한다. 작물이 스스로 강해지도록 키우기 때문에 유황 훈증도 최소한으로만 한다.
▲ 생태생명농장 권두보 대표는 천적을 이용해 해충의 피해를 막는다. (사진=네니아)
▲ 생태생명농장은 작물에 생기는 해충을 천적을 이용해 1차로 피해를 막고, 그래도 해충이 생기면 유황 훈증 방식으로 방제한다. (사진=네니아)
딸기에 주로 생기는 해충은 진딧물과 응애다. 딸기밭 중간에 보리를 심고, 거기에서 진딧물 천적인 ‘콜레마니진디벌’을 키운다. 천적들이 깨어나서 진딧물에 알을 낳고 숙주로 들어앉아 진딧물을 죽인다. 권 대표는 “약 치는 품이 들지 않고, 친환경 농사가 오히려 쉽다”라고 했다. 같은 마을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분도 만났다. 그 이웃은 처음에 권 대표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을 해보니 사실이었고, 친환경 농사가 신기할 뿐이라고 한다.
최근 딸기 농사 분야는 스마트팜이라며 흔히 ‘수경 재배’라고 하는 ‘(영)양액 재배’도 꽤 많이 한다. 수경 재배(양액 재배)는 그냥 물이 아니라, 영양액으로 재배한다. 양액 재배와 별개로 관행농도 비료 등을 많이 주면 작물이 비대해지고, 딸기 수확량이 늘어난다. 그러나 생태생명농장은 다른 딸기밭에 비해 보통 1/10 정도의 퇴비를 시비한다고 한다. 그러면 딸기가 스스로 강건해지면서 향이 짙고, 조직이 치밀하여 식감이 남다르다.
농사와 판로 개척, 홍보까지 다 해야
권 대표는 농사도 짓고, 판로도 개척해야 하고, 판매에 따른 부수적인 일까지 다 해야 하니 어려움이 많다. 농사에만 집중하면 좋은데 영업도 하러 다녀야 한다. 학교급식에 딸기를 납품하려고 부산지역 영양사와 급식지원센터 등에 편지를 써서 홍보지를 보내기도 했다. 가격은 비쌌으나 권 대표의 딸기 농사법 등을 접한 친환경 농산물 급식지원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급식센터에 3년 동안 딸기를 납품했는데, 권 대표는 아이들한테 좋은 딸기 먹여서 정말 행복했다고 한다.
권 대표는 네니아에 특별히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네니아에 딸기잼을 납품할 수 있어서 일정 정도 판로 안정에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네니아는 유기농 딸기잼을 300g, 600g, 1kg으로 담아 학교 급식과 일반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 생태생명농장이 만든 네니아 유기농 딸기잼
“우리가 친환경 유기농을 한다는 것은 건강한 먹거리에 포인트가 있는 게 아니라, 땅을 건강하게 우리가 만드는 것이에요. 땅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게 사실은 제일 중요하거든요. 땅이 건강해야 작물이 건강하죠.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땅을 그대로 물려줘야 합니다. 그것이 미래 세대에게 빚을 지지 않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권 대표의 철학이다. 땅을 살리면 작물이 저절로 건강하게 자란다. 그는 맨땅을 일구기 시작해서 작물이 잘 자라는데 4년의 세월이 걸리더라고 했다.
네니아 유기농 딸기잼은 특별하다
5월의 달콤한 딸기로 만드는 딸기잼
딸기는 수확하는 시기마다 맛이 다 다르다. 맨 처음 나오는 딸기는 좀 추울 때인데, 온도가 낮으니 딸기가 천천히 익어서 단맛은 오히려 더 있다고 한다. 하지만 햇빛이 약해서 딸기향과 신맛은 좀 덜하단다.
▲ 생태생명농장은 잘 익은 딸기만을 따서 딸기잼을 만든다. 권두보 대표는 특히 5월에 따는 딸기가 달콤하여 딸기잼을 만들 때 맛이 가장 좋다고 했다. (사진=네니아)
▲ 세척-슬라이스-배합-졸임 과정을 거치는 딸기잼 제조 공정. 잼 졸이는 과정은 설비 속에서 이뤄져 사진에는 담지 못했다. (사진 제공=생태생명농장)
3월 말쯤 되면 햇빛의 양이 충분히 확보되면서 딸기가 더 맛있어지기 시작한다. 권 대표는 “제가 맛있다는 건 달다는 말이 아니에요. 향과 단맛과 신맛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맛있거든요. 식감도 좋아야 맛있는 딸기죠”라고 설명한다. 권 대표는 3월 말부터 4월 말까지 수확하는 딸기가 가장 맛있다고 했다. 비닐하우스에서 약간의 보온만 할뿐 노지의 기운을 받은 제철 딸기라고 할만하다.
5월이 되면 더워져서 딸기가 잘 크지 않는다. 권 대표는 “5월 딸기는 작으면서 맛이 집적돼서 굉장히 진한 맛이 나요. 새콤달콤하죠. 그래서 5월 딸기로 만드는 딸기잼은 정말 맛있어요”라고 했다. 생태생명농장은 5월에 수확하는 딸기를 냉동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딸기잼을 만든다. 딸기잼 만드는 설비는 자동화 설비를 갖췄다. 생태생명농장의 건강한 5월의 유기농 딸기는 권 대표의 손길을 따라 특별히 맛 좋은 ‘네니아 유기농 딸기잼’으로 변신한다.
생태생명농장은 해가 뜨는 시각부터 딸기를 따기 시작한다. 딸기가 무를까 봐 새벽에 따는 농장들도 있는데, 생태생명농장의 딸기들은 단단해서 해가 뜬 다음에 따도 많이 무르지는 않는다고 한다. 딸기를 잘 키운 권 대표의 얼굴은 자긍심으로 가득해 보였다. 생태생명농장의 딸기로 만든 네니아 유기농 딸기잼에 자부심을 충분히 품어도 되겠다.
네니아 웹매거진 편집부
2025년 5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