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네니아 제품 생산지를 찾아서 _ (주)광천김Ⅱ
한국, 세계 김 시장의 선두주자
김은 상업적인 규모로 생산하고 가공해서 판매하는 나라가 한국, 중국, 일본 단 세 나라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식품이다. 대만, 북한, 뉴질랜드 등에서도 김을 생산하지만, 그 규모는 통계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태국은 김을 직접 생산하지 않으면서도 김을 수입하여 가공/판매한다. 중국은 김 생산량이 세계 1위이지만 대부분 자국에서 소비한다. 반면 김 수출액(세계 시장 점유율) 1위는 한국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김 수출액은 약 9억 9700만 달러(한화 약 1조 3천억 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수산식품 수출액 30억 3천만 달러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김을 수출 전략 품목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수출 인증 시스템도 체계화되어 있다.
네니아는 안전하면서도 최상급의 품질을 만들기 위해 자연 유래 원료를 추구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신뢰하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네니아 웹 매거진 6월호는 <네니아 유기원초로 만든 죽염김>의 제조 협력업체인 ㈜광천김 생산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그 숨겨진 이야기를 조명했다. 네니아 웹 매거진 편집부는 광천김의 허성문 이사(영업총괄본부장)와의 미팅을 통해 네니아 유기죽염김이 탄생하는 과정을 심도 있게 취재했다.
㈜광천김, 매일 새벽 좋은 김 찾아 수천 km를 달린다
국내에서 김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바로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있는 ㈜광천김이다. ‘광천’이라는 지명을 따서 회사 이름을 지었다. 충남 홍성군 광천읍이 김으로 유명한 이유는 지리적, 역사적, 산업적 배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광천은 서해안과 인접해 조수간만의 차이가 크고 갯벌이 발달해 있다. 이런 환경은 김 원초가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다. 홍성과 매우 가까운 곳에서도 물김을 생산했다.
광천 김이 유명해진 이유 중 또 하나는 오래전부터 광천읍이 ‘김 유통 거리’였기 때문이다. 광천에서는 조선시대부터 김 생산이 활발했다. 남해와 서해 등지에서 물김을 마른김으로 1차 가공한 후 이곳 광천에서 그 김을 유통하는 시장이 크게 발달했다. ㈜광천김 창업주도 처음에는 시장에 마른 김을 공급하는 유통업 일을 했다. 김 가공업에 종사하는 업체가 국내에 자그마치 1천 개가 넘는다고 한다. 특히 조미김이 인기를 끌면서 광천 일대에 김 가공업체가 많이 들어섰다. 그래서 ‘광천김’이라는 ‘별명’을 달은 사업체가 매우 많으며 회사 이름은 다르게 쓴다.
△ 1970년대 초반, 부자가 물김 떠서 말리는 모습 (사진 출처: 완도군청)
㈜광천김의 창업주 김복만 씨는 광천읍에서 태어났으며, 광천에서 1970년에 백제물산을 창업하고 마른김 유통업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보령수협 조합장이었다. 이어 창업주의 아들인 김재유 씨가 (현재 광천김 고문) 28살이던 1998년 ‘백제식품’을 개업하고 조미김 생산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김재유 고문과 부인 둘이 온종일 조미김을 만들고 판매했는데, 1톤 트럭에 김을 싣고 강원도까지 팔러 다녔다고 한다. 하루 3~4시간 자면서 일했는데, 그 회사가 2008년 ㈜광천김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금(2025년 5월)은 직원 900명인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광천김의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바로 품질 좋은 원초를 원재료로 쓰는 데 그 비밀이 있다. ㈜광천김은 김 원초 보유율이 국내 1위이며, 1년에 약 1천만 속을 산지에서 직접 엄선하여 수매한 뒤 그것을 원재료로 하여 김 제품을 생산한다(‘속’은 톳과 같은 단위로 김 10장씩 10묶음을 말한다). 물김을 수매해서 만든 ‘마른김’은 똑같은 과정을 거쳐도 그때그때 맛과 품질이 다르다. 김재유 고문은 매일 새벽 현장을 누비며 직접 물김을 수매한다. 그는 좋은 물김을 수매하기 위해 매일 새벽에 서해안부터 해남 등 남단까지 하루에도 수천km를 달린다.
△ ㈜광천김 본사 (사진=네니아)
이처럼 창업주의 아들이 직접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원초를 조달하는 것은 단순한 업무 절차를 넘어서, ‘최상의 원료 수급’이라는 철학을 상징한다. 1천 개가 넘는 김 가공업체가 경쟁하는 시장에서 ㈜광천김의 수작업에 가까운 원료 조달 방식은 제품이 일관된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는 비결이자,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결정적인 강점이다. 이는 기업이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핵심 원료에 대한 장인정신을 고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광천김이 국내 시장(대기업, 대형 할인점, 온라인 마켓)뿐만 아니라 50여 나라에 김을 수출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철저한 원료 수급 능력과 효율적인 생산 및 유통 시스템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김의 생명은 ‘시간’… 40시간 안에 말려야
김 생장과 수확, 가공까지
김 농사는 5~6월경에 김의 포자를 채묘사(씨줄망)에 붙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바다에 채묘망을 설치하고 김 종자망을 바다에 고정하면 김이 자연광을 받아 자라기 시작한다. 김이 성장하면 보통 10월부터 이듬해 봄(5월)까지가 ‘물김’ 수확기다. 어민들은 수확한 물김을 위판장(수협)에서 경매한다. 제조업자는 물김을 수매해 1차 가공 단계에서 마른김으로 만든다. 이후 마른김을 유통하거나 2차 가공 단계로 마른김이나 조미김 등으로 만든다.
△ 물김 하역하는 모습 (사진 출처: 완도군청)
바다에서 물김을 수확하면 그때부터는 시간 싸움이다. 물김 수확 후 40시간 이내에 마른김으로 가공하지 못하면 썩어버리기 때문이다. 때로는 물김을 마른김으로 가공하는 1차 가공업체가 부족해서 물김을 폐기하기도 한단다. 김은 1년에 한 번만 수확한다.
김 양식은 지주식과 부유식으로 나눈다. 흔히 지주식을 전통 방식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그 구분이 크게 없다. 오히려 부유식이 생산량이 월등하게 많아서 부유식 양식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주식 대 부유식 비중이 약 20대 80%다. 네니아의 <유기원초로 만든 죽염김>은 부유식, <유기농 돌김자반>은 지주식 양식으로 생산한 물김을 가공해서 만든 제품이다. 돌김은 돌에 붙은 김을 직접 채취하는 김을 말한다. 돌김 채취는 밧줄에 몸을 걸은 채 바위 사이를 오가면서 일해야 해서 위험이 따른다.
네니아 죽염김이 특별한 이유:
귀하디귀한 유기농 김의 세계
<네니아 유기원초로 만든 죽염김>은 유기가공식품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우리 앞바다에서 자란 유기 원초를 잘 말려 국산 죽염과 유기농 카놀라유를 더해 만들었다. <네니아 유기농 돌김자반> 역시 유기농 인증을 받은 우리바다 돌김을 사용한다. 국산 참깨와 국산 들기름을 넣어 고소함을 더했다.
유기인증 바다와 일반 해역을 어떻게 구분할까? 바닷물이 섞일 것인데 차별성을 어떻게 담보할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유기인증 김을 생산하려면 먼저 해양수산부가 유기인증 바다를 지정하고, 양식장 주변에 오염물질을 방류하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유기인증 해역과 일반 해역은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으며, 유기인증 해역은 바다뿐만 아니라 육지까지 관리한다. 유기인증 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기인증 바다’에서 수확한 물김 역시 유기인증을 받아야 이를 마른김으로 가공하고, 그래야 최종 ‘유기인증’ 마크를 쓸 수 있다. 해역과 1차 가공 공장, 2차 가공 공장 모두 유기인증을 받아야 ‘유기인증 김’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세 공정의 유기 인증환경을 통합해 인증서를 발급하는 곳은 ‘국립수산물 품질관리원이다. 이처럼 엄격하게 관리하는 유기농 김은 특별함을 넘어 귀한 대접을 받는다.
유기농 김은 일체의 ‘산(酸) 처리(활성처리제 사용)’를 하지 않는다. 병충해 처리에 있어 약품을 쓰지 않아야 하기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김의 불과 10% 정도만 유기농 김으로 추산된다.
㈜광천김 허성문 이사는 “유기농 김을 생산하려면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네니아처럼 유기농 김을 취급하는 곳은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도시락김’(조미김)은 우리나라의 고유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미김을 밥반찬으로 먹지만, 외국에서는 ‘마트 내 스낵 코너’에 김을 진열해 간식처럼 먹는 경향이 있다.
[표] 유기농 김의 주요 인증 조건
기후위기 극복하고자 공장에 태양광 설치와 전기차 이용
진도, 완도, 신안, 고흥 등 남해 쪽에서 나는 김은 보통 ‘김밥김’으로 사용한다. 서해에서 나는 김은 ‘재래김’이라고 하는데 도시락김(조미김) 만들기에 적합한 원초다. 김 성장 시기의 적정 온도는 5~15도다. 발아기는 15~22도, 채묘기는 22도 정도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후위기로 기온이 높아지면서 채묘 시기가 늦어졌다.
원래 물김은 10월부터 수확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작년(2024년)에 11월부터 생산이 본격화됐다. ㈜광천김 허성문 이사는 평소 기후위기나 환경에 대해 따로 공부하지 않았으나, 김은 수온 등 환경에 민감하여 저절로 기후위기를 걱정하게 된다고 했다.
㈜광천김은 기후위기 대응에 조금이나마 조력하고자 모든 공장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했다. 공장 간 이동 차량은 전기차를 이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전력량이다.
특별히 좋은 조합 _ 네니아와 ㈜광천김
△ ㈜광천김 허성문 영업총괄이사 (사진=네니아)
허성문 이사는 “우리는 맛있는 김 만들기에 주력한다”고 했다. ㈜광천김의 경영 철학은 ‘최상의 원료, 최적의 생산 환경, 최고의 고객 만족 정신’이다. 허 이사는 “창립자인 회장과 회사 대표도 음식은 맛있어야지. 이상한 것으로 만들면 안 되지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가장 단순한 철학임에도 이것을 행하지 못 하는 곳이 많다.
네니아는 유기농 원료를 사용한 안전하고 맛있는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공급하는 일에 헌신을, ㈜광천김은 고품질의 원료 조달과 가공 기술에 노력을 기울여 상호 시너지를 만들고 있다. 네니아는 제품을 만들 때 일체의 화학적 합성첨가물을 쓰지 않는다.
이번 ㈜광천김 방문을 통해 네니아의 <유기원초로 만든 죽염김>과 <유기농 돌김자반>이 청정한 바다에서 엄격한 유기농 인증 과정을 거치고, 전통과 고품질을 향한 장인정신의 산실을 통해 탄생한 귀한 결과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네니아 웹 매거진 편집부
2025년 6월 10일